
별 그리고 숨
나무에서 우주로, 생명의 흐름을 바라보다
나는 오래도록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지만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잎을 피우고 떨구며, 빛과 바람에 흔들리고, 겨울이 오면 생명의 기운을 깊은 곳으로 거둔다. 특히 겨울의 나무를 바라볼 때면 앙상한 가지 너머로 보이지 않는 생명의 시간을 느끼곤 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침묵 속에서도 나무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나에게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다.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이고, 우리의 삶을 비추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별 그리고 숨」에서는 그 나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깊은 밤 나무의 잎과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두 존재가 서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흩어진 작은 빛은 별처럼 보였고, 멀리 있는 별은 마치 나무에 피어난 작은 잎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하늘과 나무, 별과 잎의 경계가 사라졌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나는 별과 잎을 하나의 언어로 표현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작은 빛들은 하나의 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잎이다. 나무의 가지에 머물러 있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무를 벗어나 밤의 공간으로 흘러간다. 작은 흔적 하나하나는 미약하지만, 수많은 흔적이 모이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만든다.
나는 그 흐름을 ‘숨’이라고 생각한다.
숨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숨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들이쉬고 내쉬는 아주 작은 움직임 속에도 생명의 시간이 존재한다.
나무도 숨을 쉬고, 숲도 숨을 쉰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 역시 우리와 무관한 먼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의 질서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과 숨’이 아닌 ‘별 그리고 숨’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라는 말에는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멀리 있는 별과 가까이 있는 나의 숨, 하늘과 나무, 우주와 인간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화면을 채운 푸른색은 단순한 밤의 색이 아니다. 밝은 푸름에서 시작해 희미한 빛을 지나 짙은 어둠으로 내려가면서 화면은 점차 현실의 풍경에서 멀어져 내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작은 빛들이 남아 있다. 나는 그 빛을 단순히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오히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생명의 흔적에 가깝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생명은 계속되고, 깊은 침묵 속에서도 미세한 움직임은 이어진다.
나에게 어둠은 끝이 아니다.
겨울의 나무가 잎을 내려놓고 생명의 기운을 안으로 거두듯, 우리에게도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시간이 있다. 겉으로는 정지처럼 보이는 그 시간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전의 작업에서 겨울나무를 통해 휴식과 생명의 지속을 바라보았다면, 「별 그리고 숨」에서는 그 시선을 조금 더 먼 곳으로 확장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시작하여 하늘과 별,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존재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나무는 더 이상 땅에만 뿌리내린 존재가 아니다. 나뭇가지는 하늘로 뻗어가고, 잎은 별이 되고, 별은 다시 잎이 된다. 땅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지고 나무와 우주의 경계도 사라진다. 그 순간 나무를 바라보는 나 자신 역시 자연의 바깥에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숨 쉬는 하나의 생명이 된다.
나는 그림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기보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게 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별 그리고 숨' 앞에서 관람객이 잠시 자신의 호흡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있던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화면 속 작은 빛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별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뭇잎 사이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의 숨결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
별과 나무와 사람,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보이지 않는 숨.
나는 그 하나의 연결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림 속 어둠은 더 이상 어둡지만은 않다. 그 안에는 아직 작은 빛들이 살아 있다.
'별 그리고 숨'은 그렇게, 멈춤과 침묵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명의 시간에 관한 그림이다.
